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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스마트 시티의 역설
말레이시아 샤알람(Shah Alam)에 산 지 13년. 요즘 이 나라를 보면 헛웃음이 나옵니다.
돈을 걷어가는 시스템(주차 단속, 통신 요금 차단, 세금 징수)은 2050년의 미래 기술을 쓰는데, 정작 시민을 위한 인프라(도로, 가로등, 대중교통)는 1990년도에 멈춰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 기이한 불균형, "High-Tech Fines, Low-Tech Roads (최첨단 벌금, 저질 도로)"의 현장을 고발합니다.
2. 정부의 두 가지 속도: 빛의 속도 vs 달팽이 속도
① 빛의 속도: 돈 걷을 때 (수입)
- 주차 단속: AI 카메라가 달린 차가 휙 지나가면 0.5초 만에 딱지가 끊깁니다. (사람이 내릴 필요도 없음)
- QR 페이: 코로나를 거치며 현금이 사라졌습니다. 노점상도 QR을 씁니다. 편리하지만, 정부는 이제 개인의 소득과 지출을 1원 단위까지 들여다봅니다. 세금 징수의 그물망이 무섭게 촘촘해졌습니다.
② 달팽이 속도: 돈 쓸 때 (지출/복지)
- LRT3의 희망 고문: 10년이 넘었습니다. 역사는 번드르르하게 지어놨는데 기차는 안 옵니다. 개통 연기만 다섯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인근 역 주차장은 터져나가는데, 새 역 주차장은 유령이 나올 듯 비어 있습니다.
- 도로 위 사이키 조명: 고속도로 가로등이 10년째 꺼져 있거나, 나이트클럽 조명처럼 깜빡거립니다. 팟홀(도로 파임)은 타이어를 찢어먹을 듯 입을 벌리고 있는데, 수리는 세월아 네월아입니다.
[분석] 왜 이런 모순이 생길까?
간단합니다. "수익성(Revenue)"과 "가시성(Visibility)" 차이입니다.
- 디지털 단속 시스템은 도입 즉시 현금(과태료)이 꽂힙니다. 정치적 성과를 내기도 좋습니다.
- 반면, 도로 보수나 철도 운영은 돈이 나가는(Cost) 일입니다. 게다가 티도 잘 안 납니다. 그래서 '새로운 먹거리(징수 시스템)'에는 진심이고, '기본기(유지 보수)'에는 소홀한 것입니다.
3. 아세안 이웃나라들과 비교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이 모순이 말레이시아만의 문제일까요? 이웃 나라들과 비교해 봤습니다.
| 국가 | 디지털 징수/금융 (돈 걷기) | 물리적 인프라 (돈 쓰기) | 한줄 평 |
| 말레이시아 | 최상 (A) DuitNow, AI 주차 단속 등 세계적 수준 |
중하 (C+) 팟홀 방치, 공사 지연 만성적 |
"소프트웨어는 선진국, 하드웨어는 개도국" |
| 싱가포르 | 최상 (S) ERP(자동 통행료) 등 원조 맛집 |
최상 (S) 팟홀? 그게 뭐죠? (24시간 보수) |
"돈도 잘 걷고, 돈값도 제대로 함" (비교 불가) |
| 태국 | 상 (B+) PromptPay 보급률 매우 높음 |
중 (B) 방콕 전철 확장이 의외로 빠름 |
"느긋해 보이지만 할 건 함" (관광 대국 바이브) |
| 인도네시아 | 상 (A-) GoPay/OVO 등 핀테크 폭발적 성장 |
중 (B-) '우시(Whoosh)' 고속철도 등 랜드마크 집중 |
"자카르타만 좋고 나머진 야생" (격차 심함) |
- 비교 결과: 말레이시아는 디지털 금융/징수 시스템만큼은 싱가포르를 바짝 쫓고 있지만, 인프라 유지 보수 능력은 태국보다도 떨어지는 느낌을 줍니다. "시스템만 선진국인 척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4. 걱정 반 기대 반: 큰 그림일까?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불법 주차가 사라져 소방차 진입이 쉬워졌고, 보행자 도로가 확보된 것은 사실입니다. 정부가 디지털 데이터를 통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그 돈으로 언젠가는 도로도 고치고 LRT도 돌릴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2026년 1월의 샤알람 주민으로서 느끼는 감정은 씁쓸합니다.
"내 지갑을 터는 기술은 5G급으로 진화했는데, 내가 걷는 도로와 타야 할 전철은 왜 아직도 공사판인가?"
정부가 '새로운 먹거리'에만 침 흘리지 말고, 제발 가로등 전구부터 갈아끼우는 '기본'으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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