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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일기 회상

장사와 사업, 그리고 한국어라는 아이러니: 비즈니스의 두 얼굴

by 정상인 입니다. 2021.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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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와 사업, 그리고 한국어라는 아이러니: 비즈니스의 두 얼굴

“장사와 사업은 다르다”고 단언하는 이들이 있다. 어쩌면 그들은 아직도 조선 시대 ‘사농공상’의 낡은 위계를 머릿속에 모셔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장사는 천하고, 사업은 고상하다는 식의 위선적 분류. 말만 번드르르하게 잘하는 이들이 실제 현장의 삶과 생존의 무게를 이해할 리 없다. 그들이 부르는 ‘사업’이라는 단어 속에는 계획과 시스템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지만, 그건 현실의 돌부리에 발이 채여본 적 없는 사람들의 언어일 뿐이다.

 

 

 

 


'비즈니스' 하나로 통하는 세상, 그런데 한국어는?

영어에서는 장사건 사업이건 그냥 business입니다. 그런데 한국어는 굳이 '장사'와 '사업'을 구분합니다. 장사는 한글이고 사업은 한자어라는 점에서 단순히 '언어 체계의 차이'라고 넘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언어적 이분법은 실상 사회적 계급, 태도, 심지어 사람의 품격마저 평가하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장사는 어디까지나 생존형. 사업은 계획형. 장사는 길거리 포장마차고 사업은 회의실의 스타트업. 웃기지 않습니까? 누가 그 기준을 정했는지, 도대체 무엇이 더 고귀한 것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익이 없으면 실패인가?

이익이 남지 않아도, 때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계속 이어가는 장사에는 삶의 끈질김이 배어 있다. 경험도 부족하고 자본도 없지만, 오늘을 견뎌내고 내일을 준비하는 장사꾼은 때로는 대기업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15년도 못 버티는 수많은 ‘기업’들이 사라지는 시대에, 50년 넘게 같은 방식으로 토렴을 이어가는 ‘노포’ 식당은 살아남는다. 누가 더 사업적인가?

그렇다. 장사는 단순한 매매가 아니다. 그것은 생존이며, 관계이며, 가치 그 자체다. 시스템이라는 껍데기를 쓰고 브랜드 이미지에만 몰두하는 허울뿐인 사업보다, 매일 손님을 맞이하며 살아남는 장사의 진정성이 훨씬 더 강하다.

 

 

 

 


장수의 비결은 '원칙', 그리고 '감각'

박 셰프의 노포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50년 전의 방식 그대로 '토렴'을 하는 식당. 여전히 같은 방식, 같은 맛, 그리고 같은 철학으로 음식을 내는 곳. 그건 단순한 '장사'가 아닙니다. 진정한 지속 가능성입니다.

그 식당은 원칙을 지킵니다. 그 원칙은 직원 복지, 고객 만족, 맛의 일관성, 효율성,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정직함'입니다. 그렇습니다. 장사꾼의 성공은 이런 '작은 원칙'에서 비롯됩니다. 누가 보기엔 촌스럽고 낡아 보일지 모르지만, 그 가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한국어, 때론 무기이자 족쇄

장사와 사업의 구분은 언어이자 사회적 레토릭입니다. '사업한다'는 말엔 뭔가 있어 보이는 뉘앙스가 있습니다. 반면 '장사한다'고 하면 어딘가 부족하고, 덜 배운 느낌을 줍니다. 정말 그럴까요?

말장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이 누군가의 자존감을 짓밟고, 업을 가볍게 만들고, 심지어 정책 결정에서 배제되는 근거가 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생존을 위해 꾸리는 모든 형태의 노력은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합니다.

 

 

 

 


장사꾼의 자존심

필자는 외국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말이 좋아 사업이지, 실상은 장사입니다.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한 전투. 오히려 구조화되지 않은, 구색만 갖춘 그럴싸한 사업들이 손님에게 '거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봤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본인의 시간과 돈을 들여 비싼 강의를 듣고 사업을 배우려 하겠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옷에 맞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하게’ 가치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허세 없이, 과장 없이, 덜 남더라도 진심으로.

 

 

 

 


장사냐 사업이냐,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건 '가치'입니다. 내가 파는 것이 무엇인지, 손님에게 어떤 만족을 주는지, 그것이 반복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지.

그게 장사든 사업이든, '비즈니스'의 본질은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단지 말 하나 차이로 삶의 태도를 구분하고 계급을 나누려 합니다.

이제 그런 언어적 기만에서 벗어납시다. 장사도 사업입니다. 더 나은 가치를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실천. 그게 진짜 비즈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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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언부언 하는데 암튼 핵심은 가치입니다...

하필 설날인 오늘은 한글 대 한자, 사대주의 대 실용주의 관점에서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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