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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고 좋은글

[다니엘 디포] 1탄, '몰' 이라는 매춘부 이야기

by 정상인 입니다. 2021.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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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몰'이라는 매춘부 이야기

저자명: #다니엘_디포 지음

역자명: #안철홍

출판사명: #세계문학

주요 등장 인물

주인공: 몰 플렌더즈

콜세터라는 지방의 고아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한 귀족 집안의 하녀로 들어가 그 집안의 첫째 아들과 사랑을 나누다 둘째 아드로가 첫 번째 결혼한다.

몇 년 후 남편이 죽고나자 문란한 사생활과 뛰어난 미모를 지닌 그녀에게 많은 남자들이 접근하여 네 번 더 결혼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 미모를 잃어 가자 마침내 도둑질을 시작한다.

도둑질에 성공하여 상당한 돈을 모으지만, 결국 덜미가 잡혀 그녀가 태어났던 뉴게이트 형무소로 보내지는데.

첫 번째 남편: 로빈

몰이 어려서 하녀로 들어갔던 귀족 집안의 둘째 아들, 몰을 차지하기 위해 형과 다투어 몰을 아내로 맞이하여 두 아들을 낳고 지내다가 몇 년 후 죽게 됨.

두 번째 남편: 사업가

잘생긴 신사였으나 육지 같기도 하고 바다 같기도 한 이중성을 지님. 빚을 갖지 못해 교도소에 들어감.

세 번째 남편

몰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하여 자식을 낳고 한 때 행복한 생활을 누리나 어머니에 의해서 그들이 바로 어릴 적에 헤어진 친남매간이란 사실이 밝혀져 비탄에 빠지고 몰과 헤어짐.

네 번째 남편: 제미

서로 많은 재산을 가진 것으로 오인하여 결혼하였으나 둘다 재산이 없는 것을 알고 헤어짐.

다섯 번째 남편: 은행가

몰에게 반하여 자신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호소하면서 아내와 이혼하고 몰과 결혼함.

장물 어미

몰에게 도둑질을 가르쳐 주고, 도둑질한 물건을 관리하고 몰을 보호해 주던 여관 주인.

서문

설사 사람의 이름과 환경을 감춘다 하더라도 한 사람만의 기록으로만 간직할 수 없는 것이 소설과 로맨스이다. 그래서 우리는 독자가 그 작품들에 대한 의견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는 한 여인의 일생을 쓰려고 하고 있다. 처음 부분에서 왜 주인공의 본명을 감출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해명이 나온다. 그런 다음에는 가명을 쓰는 것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 이야기의 처음 원고에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그 유명한 여인의 새로운 언어와 스타일이 나타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교정되었다. 여기에서는 그녀가 말했던 것보다 점잖게 쓰여졌다. 처음 손에 들어온 원고에는 그녀가 차후에 참회하고 교양 있는 것처럼 위신을 부렸던 것에서 떠나 뉴게이트(역자주 영국의 유명한 감옥. 1902년에 폐지) 에서나 사용되는 것과 같은 말로 채워져 있었다.

이 이야기에 채택된 그리고 당신이 현재 접하고 있는 이 책의 출현이 가능케 한 문체는 그녀의 말이 가시적으로 그리고 읽을 수 있도록 해주는 데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한 여인이 어려서부터 타락했을 때에, 그녀의 모든 사악한 행위를 말하는 것에 타락과 비도덕의 결과인 거부감이라는 것이 다가온다. 그리고 주인공을 빗나가게 했던 그 계기들과 환경에 대해서도, 그리고 3년간에 걸쳐 계속되었던 범죄들에 대해서도, 작가는 능력이 더이상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특히 까다로운 독자들을 의식해서, 그것들을 새롭게 포장하는 데에 그의 능력의 부족을 느끼며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다듬는 데 있어서 음란하거나, 추잡스런 행위들, 그리고 그녀의 조악한 언어들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였다. 따라서 조악한 그녀의 말 중에서 어떤 것을 삭제되었고 또 어떤 것들은 줄여서 쓰여졌다. 그러나 나머지 그대로 표현된 것들이 품위 있고 고상한 독자들에게 나쁘게 받아들여지지 않기를, 그리고 최고의 희망 사항이긴 하지만 도덕적으로 최악의 표현이라도 진지한 독자들에게 새롭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라고 있다. 참회할 정도로 사악한 인생의 역사를 보여준다는 것은, 참회를 설명하고 그것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진실한 역사로써 나쁜 것은 나쁜 데로 쓰는 것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평등한 정신과 인생을 언급함에 있어서 최상의 그리고 가장 현명한 처사가 될 것이다.

범죄 부분과 마찬가지로 참회 부분을 언급하는 데에 있어서도 똑같은 인생, 똑같은 행복감과 아름다움이 있을 수 없다는 가설을 내세워 본다. 나의 가설에 진실이 있다면, 그 이유는 독서에는 똑같은 선호와 즐거움이 있지 않다는 것을 내가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주로 독서를 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이 이야기가 줄곧 제시하는 것들을 이용할 줄 아는 독자들에게 주로 권장되어지는 것처럼, 독자들도 허구보다는 교훈적인 사실에 그리고 단지 이야기로 생각하기보다는 현실 적용에 그리고 주인공의 인생보다는 작가의 결론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희망해 본다.

이 이야기 속에는 기쁨을 주는 많은 사례들이 들어 있다. 그런 사례들은 모두 유용하게 현실에 적용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 속에는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한 걸음 택하도록 유도하는 인위적인 전환점이 나온다. 콜세스터(Colchester)에서의 젊은 신사와의 그녀의 방탕한 생의 첫 부분은 행복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범죄와 연결되는 많은 기회를 노출하기 때문에, 그 두사람 모두에게 그러한 모든 환경들은 황패하고, 어리석고, 경솔하고, 그녀가 진실로 참회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행위임을 독자들에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바스(Bath)에서 있었던 그녀의 연인의 참회 그리고 그녀를 버리기 위해 그가 자신이 가진 병에 대한 경고성 발언, 친밀한 친구들이 행한 합법이라는 이름의 간통에 대한 경고 그리고 신의 도움 없이는 도덕을 지키겠다는 그들의 맹세가 헛될 수밖에 없는 점들-이러한 것들이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음탕한 것들보다 더 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분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요컨대, 전체적인 줄거리에서는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목적을 위해서 원래 포함되었던 방종적이고 타락적인 것들은 조심스럽게 손질되어졌다. 이러한 것이 명백한 권리 침해라고 보지 않는 다면, 아무도 그러한 것에 대해 그리고 그러한 출판 계획에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시대에는 연극 지지자들은 이 위대한 주장을 그들의 연극은 유익하며 가장 문명적이고 가장 종교적인 정부에 의해서 그 공연이 허락되어져야 한다는 점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사용해 왔다. 다시 말하면, 연극이란 도덕적인 목적에 의한 것이었다. 그것들은 생동감 넘치는 공연을 통해서도 미덕과 고결성 그리고 모든 사악한 행위들과 예절의 부패를 저지하고 밝히는 것에 실패했다. 만일 연극이 성공을 거두었더라면 그리고 그러한 점을 무대에서의 공연에 대한 테스트의 기준으로 삼았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연극을 좋아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이 책의 다양한 내용 속에 줄기차게 흐르는 것은 바로 이러한 근본적인 이슈이다. 이 책의 어느 부분에서도 사악한 행동은 언급됨이 없다. 불행과 불운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번 언급될 뿐이다. 무대에나 등장하는 극악한 악한도 없다. 악한이라는 자도 불행에 처한 다음에는 참회에 이르게 된다. 저주스러운 장면은 있지만 추악한 것은 없다. 그러한 이야기 속에서 미덕적인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를 달고 있다. 이러한 이 책의 방침-즉, 악한들, 음란적인 말 그리고 등등에 반대하는 수많은 주장 외에 또 어떻게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러한 기본적인 골격에 의해, 이 책은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정의롭고 무언가 종교적인 추론을 끄집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권장되어 지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독자들은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인류에 대한 그녀의 악행에 대해 언급한다면, 유명한 그녀의 모든 행위는 정직한 사람들에게 그러한 악행에 대한, 그리고 순진한 사람들이 빠져들고, 약탈되고 강탈되어지는 그러한 행동들을 모방하는 것에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공원에서 젊은 여인의 금시계를 훔치거나, 어머니의 허영으로 잘 차려입고 댄스 교습소로 가는 어린이를 강탈하는 그녀의 행위는 사람들에게 그 후의 처신에 대해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세인트 존스 거리에서 마차를 타고가는 시골 소녀의 짐을 훔치고, 불난 집에서 그리고 하위치에서의 그녀의 절도 행각들은 모든 경우에 있어서 놀랄 만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말년에 버지니아에서 그곳에 유배중인 남편과의 평온하고 건실한 삶은 여행의 참담함과 다른 고통을 겪으면서 해외에 정착하기 위해 떠나야 하는 모든 불행한 사람들에게 유익한 교훈을 주어, 비록 지구 먼 곳에서라도 땀과 근면은 참다운 용기를 가지게 함을 알게 해준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의기소침해질 수 없으며, 비천해질 수 없으며, 희망을 잃어버릴 수 없는 것이다. 불굴의 근면은 그러한 처참한 환경에서 우리를 구원해 주며, 가장 비천해 보이는 인간을 그 곳에서 다시 우뚝서게 만들며 새로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추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가 세상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그리고 이 책의 출판을 정당화하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아이디어를 주고 우리로 하여금 몰입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부분이 아직 남아 있다. 그 두 부분은 한 책으로 묶기에는 너무 길다 그녀는 스스로 가정교사로서의 삶은 2-3년 동안의 귀부인, 창녀, 뚜쟁이인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그녀를 산파나, 전당포 주인, 유모, 장물아비로 표현하고 있다. 요약하면 그녀는 스스로 도둑이고, 도둑을 키우거나 그와 비슷한 사람으로서 나중에는 참회하는 인물이다.

두 번째 부분은 유배된 그녀 남편의 삶이다. 그는(강도로서) 12년간을 거리에서 성공적인 강도 생활을 한다. 그러나 그는 마침내 수형자가 아닌 상태에서 자진하여 유배를 떠난다. 그의 인생에는 놀라운 반전이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러한 것들을 모두 적기에는 너무 길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그러한 것들을 따로 묶어 별권으로 내놓는다는 약속을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 역사가 그 유명한 몰 플렌더즈의 삶을 끝까지 다루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인생의 종착점까지 역사를 기록한다는 것은 인간이란 죽은 후에도 기록할 수 있는 존재라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스로에 의해 쓰여진 그녀의 남편의 기록은 버지니아에서 그들이 얼마나 같이 오래 살았으며, 그곳에서 많은 재산을 모으고 늙은 8년 후에 다시 어떻게 영국으로 돌아왔는가 하는 것을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러나 그 8년 사이에 그녀가 참회를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녀가 자신의 전반부 인생에 대한 증오가 그 기록의 곳곳에 배어 있었던 것이다.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에서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즐거운 일들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한 것들이 그녀의 인생을 보람있는 것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이 그녀가 말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는 그리 우아했던 것으로 표현되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그 부분에서 이 이야기를 끝내는 것이 바람직했던 것이다.

1

본명을 밝히자면 나는 뉴게이트 형무소 그리고 올드 베일리 재판소의 기록과 서류상으로 매우 유명한 사람이다. 나의 유별난 행위와 관련되어 아직 재판에 계류중인 것들이 있다. 그래서 나의 이름과 집안 내력에 관한 사항등은 이 작품 속에서 밝히지 않기로 한다. 나는 아마 죽은 후에 더 많이 알려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비록 범죄자와 범죄의 질에 관계없이 대사면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았고, 내가 접어드는 세상에서 점차 발을 빼던 나의 일부 불량 친구들이 나를 몰 플랜더즈 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듯이, 이 책을 읽는 당신은 내가 그 가명으로 나의 현재와 과거를 고백하는 것을 허락하리라고 말해 두는 것으로 충분하다.

내가 듣기로는 프랑스인지 혹은 내가 알지 못하는 나라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곳에서는 유죄 선고를 받아 사형을 당하거나, 노예선 혹은 유배지로 보내지는 경우에, 그 부모를 잃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어린이들은 즉시 정부 기관에 의해 보호를 받으며 '고아의 집'에 보내어 진다. 어린이들은 교육을 받아 정직하고 근면하게 자립할 수 있게 되어 사업이나 서비스 등에 진출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그 곳에서 자라며 의복, 식량을 지급 받는다.

나의 운명이기는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그런 정책이 시행되었더라면, 친구도, 의복도, 도움도 그리고 기댈 사람조차 없이 불쌍하게 버림받음 딸을 혼자 남겨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때문에 나의 죄를 깨닫고 나의 행실을 고치게 되기 이전부터 나는 수치스런 삶 그리고 정신과 몸을 망치는 과정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나 불행의 시작은 다른 곳에 있었다. 나의 어머니가 중죄로 기소되었다. 그 이유는 언급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하찮은 절도죄인데 사실은 칩사이드에 있는 어떤 포목점에서 홀란드 천(일명 네덜란드 천. 표백하지 않은 일종의 삼베 또는 삼과 무명을 섞은 직물)을 3필 빌렸던 것이다. 그 때의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길다. 나는 사람들이 너무나 여러 갈래로 말을 하는 통에 누구 말이 옳은 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말이 일치하는 것은 이러했다. 그때 어머니는 불러 있는 자신의 복부를 가리키며 자비를 구했는데, 누가 보더라도 아기를 임신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어머니는 7개월 가량 기소유예를 받은 후, 정식재판에 회부되어 동정을 받아 농장에 보내어졌다. 어머니는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한살박이 딸을 사정이 어려운 사람의 손에 남기고 떠났다.

너무 어렸을 적의 이야기라서 들은 말을 적을 수밖에 없다. 참혹한 환경에서 태어난 나는 어린 나를 먹여 줄 소속 교구도 없었고, 특히 무엇보다도 내가 어떻게 살아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 듣기로는 어머니의 친척이 나를 그곳에서 데리고 나갔다고 했는데, 누가 그리고 어디로 내가 갔는 지도 아는 바가 없다.

내가 기억하는 그리고 알 수 있는 가장 어릴 적의 사실은 집시 혹은 이집트인이라고 불리던 사람들 속에서 내가 방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들과 함께 지낸 시간은 그리 오래지 않은 것만이 확실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이들의 피부의 색을 변색하는데, 나의 피부는 그대로 였다. 내가 어떻게 해서 그들에게 들어갔으며 또 얻어먹고 살았는지에 대해서도 기억할 수 없다.

내가 그들과 헤어진 곳은 에셋스의 콜세스트에서 였다. 기억하기로는 내 스스로가 그들과 헤어진 것이다 (그들과 함께 가지 않으려고 어딘가에 몸을 숨겼다). 그렇다고 특별히 생각나는 것은 없다. 단지 콜세스터 교구 직원들에 의해 보호를 받게 된 나는 그들에게 내가 집시들과 함께 그곳에 왔다가 그들과 동행하지 않으려 하자 그들은 행방을 남기지 않고 나를 떠났다는 것이었다. 비록 그들을 추적한다 하더라도 전국을 순회하는 그들을 발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비로소 부양 받을 수 있는 입장이 되었다. 법으로는 내가 그 교구에서 정식으로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내가 그 도시에 알려지게 되었고, 아직 3살이 되지 않아 일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동점심이 관료들로 하여금 나를 보호할 수 있게 했던 것이다. 나는 마치 그 곳에서 태어난 것처럼 그들과 다름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나를 위해 마련해 준 대책의 하나로 나를 그들이 유모라고 부르던 한 부인에게 보내 준 것은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그녀는 매우 가난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그녀는 나와 같은 아이들을 맡아 보호함으로써 가까스로 생계를 꾸려 나갔다. 그녀는 아이들이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고 먹고 살 수 있게 될 나이가 될 때까지 지급되는 모든 필수품을 받아 그들을 양육했다.

그녀는 작은 학교를 운영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글과 일하는 것을 가르쳤다. 내가 알기로는 그전까지 그녀는 잘 살았다고 한다. 그녀는 온갖 정성을 들여 아이들을 보살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그녀는 아이들을 매우 종교적으로 키웠다는 것이다. (어떤 종교가 되었든 종교의 힘을 빌어 키우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최소한의 무언가를 자식들에게 줄 수 있다)

그녀는 매우 차분하고 경건한 부인이었다. 두번째로, 그녀는 매우 가정적이고 청결하였다. 세번째로, 그녀는 예의가 바르고 품행이 고왔다. 간소한 식사, 조악한 숙소, 그리고 초라한 의복을 제외한다면, 우리는 마치 댄스 학교에서 교육받은 것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기품있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관료들이 나에게 서비스(시정부로 부터 생계를 보장받는 대신 시정부에서 지시하는 일을 하는 것)를 하라고 명령을 내렸던 8살이 될 때까지, 나는 그런 생활을 계속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서비스란 심부름을 하거나 매우 힘든 부엌 허드레 일 정도였다. 그들이 인정하는 것처럼 그러한 일은 나를 공포에 사로잡히게 했다. 아직 어린데도 그들이 나에게 요구하는 일들을 나는 매우 싫어했다.

그래서 나는 유모에게 그녀가 마음만 먹는다면 나로 하여금 그렇게 힘든 서비스를 하지 않고서도 자립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래서 그녀는 나에게 바느질과 털실 방적을 가르쳐 주었는데, 면직업은 그 도시의 대표적인 상업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그녀에게 계속해서 나를 보호해 주면 그녀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사정을 하였다.

나는 그녀에게 일하기가 매우 벅차다고 거의 매일 불평했는데, 요는 하루종일 일하다가는 운 이야기 외에는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그러한 사정은 인자하고 친절한 그녀를 비탄에 빠지게 해, 결국에는 나를 걱정할 정도까지 만들었다. 그녀는 나를 매우 사랑했던 것이다. (세상 어딘가에는 약하지만 착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모든 아이들이 일하던 방으로 들어와, 집주인으로서는 평소와 다르게 나의 맞은 편에 앉았다. 마치 내가 일하는 모습을 보기로 작정한 것처럼. 그때 나는 그녀가 시킨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일이란 그녀가 만든 셔츠에 상표를 다는 일이었다. 잠시후 그녀가 한 말은 "바보같이 그렇게 일하니 눈물이 나지"(그때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였다.

"이쁜 아이가 왜 울지?"

"사람들이 나를 데려다 서비스를 시키기 때문이지요. 나는 불행히도 가사일을 할 수 없지 않아요."

"나는 그녀에게 대답했다.

"그러나 네가 지금은 가사일을 할 수 없지만 조금 있으면 배우게 될거야. 그렇게 되면 너는 무엇보다도 힘든 서비스를 하지 않아도 되지."

"그렇게 될 거예요."

나는 말을 이어갔다.

"만일 그 서비스를 할 수 없다면 사람들은 나를 때릴 거예요. 가정부들은 나를 때리며 힘든 일을 시킬 것이고, 나는 어려서 그 일을 할 수 없을 거예요."

나는 더이상 아무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소리로 울었다.

이말은 엄마같이 포근한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녀는 내가 아직은 서비스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게끔 되었다. 그녀는 나에게 울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사장을 만나 내가 더 성장하기 전에는 서비스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겠다고 일러주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은 나를 안심시켜 주질 못했다. 그녀는 내가 20살이 될 때까지 그 서비스를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나를 안심시켜 주었지만, 그 이후에도 그 서비스는 여전히 나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나는 결국에도 현재와 같은 걱정으로 항상 울고 있었다.

내가 그 말을 듣고서도 진정하지 않자 그녀는 화를 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더 클 때까지 서비스를 하지 않게 될 거라고 말하지 않았니?"

"그래요."라고 나는 대답했다. 그리고 말을 계속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서비스를 하게 됐잖아요."

"왜? 무엇 때문에 너는 괴로워하지? 대체 그게 뭐야! 넌 고상한 숙녀가 될 거 아냐?"

"그래요."

나는 다시 대답을 하고서는 세상이 떠나갈 듯이 크게 울었다.

그 나이 지긋한 부인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웃었다.

"물론 그렇겠지. 이 아가씨야!"

그녀는 나를 우습다는 듯이 보며 말을 이었다.

"너는 숙녀가 될 거야. 그런데 어떻게 숙녀가 되려고 하니? 어떻게! 일에는 능숙하니?"

"네."

나는 무척이나 순진하게 대답했다.

"무엇 때문에, 그리고 얼마나 멀지? 하루에 얼마나 버느냐고?"

그녀가 물었다.

"방적을 하면 3펜스, 평범한 일을 하면 4펜스를 벌어요."

"어쩌나, 불쌍한 우리 숙녀." 그녀는 다시 말하면서 웃었다.

"그래 그걸로 뭘 할건데?"

"그 돈은 나를 지켜 줄 거예요. 단, 아줌마가 나와 같이 있어 주신다면은요."

나는 그녀에게 동정을 사기 위해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들어서 안 것이었지만 그 말은 정말 그녀에게 슬프게 들렸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말을 이어 나갔다.

"그 돈으로는 너를 지킬 수는 없어. 옷도 살 수 없을 거구. 누가 우리 꼬마 숙녀의 옷을 사줄까?"

그녀는 나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나는 더 열심히 일할 거예요. 보시면 안다니까요."

"우리 꼬마 불쌍도 하지! 그러나 그 돈으로는 너를 지킬 수 없어. 식량도 제대로 살 수 없을 걸."

"그럼 식량을 사지 말죠, 뭐. 아줌마 곁에만 있게 해주시면 돼요.".

나는 다시 너무 순진하게 말했다.

"뭐라고? 식량 없이 살 수 있다고?"

"네."

나는 어김없는 어린아이였다.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복받쳐 울었다.

내가 그렇게 운 것은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다. 천성적으로 나는 그렇게 울었을 것이다. 거기에다 순진함과 그 좋은 어머니 같은 아줌마의 심금을 울리고 싶은 감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침내 그녀는 나처럼 흐느껴 울었다. 그리고는 나를 방에서 데리고 나갔다.

"자, 넌 이제부터 서비스를 하지 않아도 돼. 나와 함께 사는 거야."

그녀의 말은 나의 마음에 평화를 주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녀는 시장을 찾아가 나에 대한 말을 해주었다. 시장은 자신의 부인과 두딸을 불러 그녀의 말을 듣게 했다. 즐거운 웃음소리가 그들에게서 들려 왔을 것이다.

일주일이 채 지나기 전에 시장 부인과 두 딸이 유모를 찾아왔다. 그리고는 학교와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저, 부인..."

시장 부인이 잠시 둘러 본 후 유모에게 말을 했다.

"숙녀가 될 꼬마 아가씨를 위해 기도해야겠군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이유도 없이 무서워 떨었다. 시장 부인이 나에게 다가왔다.

"미스(Miss), 어떤 일을 하고 있지"

그녀가 말한 미스라는 단어는 그곳에서는 거의 들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나는 왜 그녀가 나를 슬픈 이름으로 부르나 하고 의아해 했다. 그러나 나는 일어나서 무릎을 굽히고 몸을 낮추어 인사를 했다. 그녀는 나의 일감을 내손에서 빼앗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잘했다고 말해 주었다. 그녀는 다시 내 한 손을 쥐고 들여다보았다.

"이게 아닌데, 이 아이는 귀부인이 될 거야. 내가 아는 한 그럴 거야. 이 아이는 귀부인의 손을 가지고 있어. 틀림없어."

그녀의 말은 나를 무척이나 기쁘게 했다.

시장 부인은 그렇게 끝내려 하지 않았다.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한 실링(영국의 화폐단위. 12펜스)을 내손에 쥐어 주었다. 그리고는 일에 신경을 써서 잘 배우면 내가 귀부인이 될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녀와 내가 대화를 나누던 때에, 시장 부인도, 유모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전혀 나를 이해하지는 못했다. '귀부인'이라는 단어에 대해 내가 인식하고 있던 것은 그들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내가 알고 있는 귀부인이란 나 자신을 위해 일하면서 서비스를 하지 않고서도 살 수 있는 여인인데 반해, 그들이 생각하는 귀부인은 상류층으로 고결하게 사는 여인이었다. 그러한 여인에 대해 내가 알 수는 없었다.

시장 부인이 돌아간 뒤에는 그녀의 두딸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나를 귀부인에게 하듯 대했다. 그들은 나에게 여러 가지 것을 물어 보았다. 나는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그들이 나에게 귀부인이 되겠느냐고 물어볼때는 언제나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귀부인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았다. 그 질문은 나를 무척이나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소극적으로 설명했다. 가사일인 서비스를 하지 않는 부인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나의 말에 매우 흡족해 했다. 나의 떠듬거리는 말투를 귀엽게 봐준 것이었다. 그리고 나의 말 내용도 그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았다. 그들도 나에게 돈을 쥐어 주었다.

나는 그 돈을 유모에게 다 주었다. 그리고 내가 귀부인이 되더라도 지금처럼 내가 가진 것을 그녀에게 다 주겠노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서야 그녀는 귀부인에 대한 나의 정의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있어서 귀부인이란 내가 벌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여인에 불과했다. 그녀는 귀부인이라 혹시 단지 그것만은 아니지 않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나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레이스를 고치고 끈으로 묶은 머리를 씻는 한 여인을 지칭하며, 그런 여인이 바로 귀부인이며, 마담이라고 말해 주었다.

"가련한 것!"

유모는 나에게 말했다.

"그런 여자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아. 그러나 그 여자는 불명예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사생아를 두 명이나 두었단다."

나는 유모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대꾸했다.

"사람들이 그녀에게 마담이라고 부른다고요. 그녀는 서비스도, 가사일도 하지 않지요."

나는 그래서 그 여인이 귀부인이며 나도 그녀처럼 되겠다고 말했다.

나를 방문했던 시장 부인과 딸들은 내가 말한 것을 다시 전해 듣고 재미있어 했다. 때때로 그 딸들이 방문해서 꼬마 숙녀가 어디 있느냐고 나를 찾았다. 그 때문에 나는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그들은 때로는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오기도 했다. 그 도시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게 되었다.

열살이 되었다. 나는 매우 침착하고 기품있는 여인티가 나기 시작했다. 시장의 부인과 딸들은 나보고 예쁘다면서 더 크면 아주 미인이 될 것이라고 칭찬해 주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매우 기뻤다. 그러나 그러한 자긍심이 나의 인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나에게 돈을 쥐어주면, 나는 그 돈을 다시 유모에게 주었다. 그러면 정직한 그녀는 그 돈을 저축했다가 나에게 머리 장식, 린네르 옷과 장갑 등을 사주었다. 나의 모습은 깔끔해졌다. 누더기를 걸치고 있을 경우에도, 언제나 깨끗했으며, 그렇지 않을 때에는 나 스스로 옷을 벗어 물에 빨았다. 내가 돈을 받을 때마다 유모는 그 돈을 나를 위해 저축을 했다. 내가 그 사실을 그들에게 말하면 그들은 나에게 돈을 더 주었다. 나는 마침내 공무원들로부터 서비스를 다시 부여한다는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나는 이미 과거의 티를 벗은 훌륭한 일꾼이 되어 있었다. 그녀들은 나에게 매우 잘 해주었다. 나는 유모만큼 벌어 자립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녀는 그들에게 나를 서비스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면, 그녀가 평소에도 나를 지칭했던 것처럼 그 숙녀를 조수로 삼아 아이들을 가르치게 하겠다고 건의했다. 그 일이라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아직 어렸지만 일은 재빠르게 처리했다.

그들의 친절은 그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내가 전처럼 시정부의 지원으로 살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그들은 나에게 수시로 돈을 주었다. 내가 더 성장하자, 그들은 나에게 그들의 일을 시켰다. 내가 그들을 위해 하는 일은 린네르 옷을 만들고, 레이스를 고치고, 정장을 위한 머리 손질 등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임금을 주었고 심지어는 그러한 것들을 하는 방법들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나는 정말로 귀부인이 된 듯했고, 그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12살이 되기 전에 나의 옷을 조달할 수 있었고, 유모에게는 나를 데리고 있는 대가로 돈을 지불하면서도 따로 지금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스스로의 것이거나 혹은 자녀들의 물건들을 나에게 주었다. 스타킹, 페티코트 (스커트 속에 입는 여성용 속옷의 일종), 가운 등이었다. 유모는 어머니처럼 나를 대해 주었고 그러한 물건들을 잘 관리해 주었다. 그녀는 살림을 아주 잘하는 부인이었기 때문에 내가 얻어 오는 그 물건들을 가장 잘 이용하도록 나에게 수신하도록 하였다.

마지막에는 그들 중 한 여인이 나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한 달 동안 그녀의 딸과 함께 지내게 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유모는 그녀에게 나를 영구히 보살피지 않으려거든, 그녀의 행동이 나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러자 그 부인은,

"생각해보니 맞는 말씀이군요. 일주일간만 이 아이와 함께 지내도록 하죠. 이 아이와 내 딸들이 어떻게 어울리는지, 그리고 이 아이의 성격이 어떻게 좋은지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당신에게 말씀 드릴 것이 더 많지 않겠어요. 그리고 그 동안 다른 사람들이 종전처럼 이 아이를 보러오면 우리 집에 있다고 말해 주세요."

라고 말했다.

그녀의 제안은 매우 사려깊은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집으로 갔고, 그 집의 딸들과 같이 있는 것이 좋았다. 그들도 나를 좋아했다. 그러나 나는 그들과 충분히 지낸 후, 그들과 헤어져야 했다. 나는 그 점이 아쉬웠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정직하고 늙은 유모와 일년간을 더 지냈다. 나는 이미 그녀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나는 14살이었고, 나이에 비해 키도 컸다. 성숙한 여인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난 지금까지 지내왔던 유모의 집보다는 그 부인의 집에서 지내는 것이 더 편안한 귀족풍을 지니게 되었다. 나는 귀부인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귀부인에 대한 생각은 종전에 가졌던 나의 개념과는 달랐다. 귀부인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귀부인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따라서 나는 그 부인의 집에 다시 가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14살이 조금 지나,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었던 유모가 병환으로 쓰러져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나는 정말로 슬펐다. 그 가난했던 식구들의 종말은 조용히 다가왔다. 유모가 묻히는 묘지까지 아이들이 동행했었지만 그 교구 어린이들은 즉시로 교회 담당자에 의해 쫓겨났다. 학교는 문을 닫았고,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던 아이들은 다른 곳으로 보내어질 때까지 그 집에서 하루종일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녀의 유일한 핏줄인 결혼한 딸이 한 부인과 함께 와서 모든 물건들을 깨끗하게 치워 버렸다. 그들은 단지 나와 농담을 하면서 마음만 먹는다면 나는 자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나는 경황을 차릴 수 없었다. 나는 이미 세상에서 갈 곳 없는 신세가 된 것이었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나의 정직한 유모는 내가 맡긴 돈 220실링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돈은 이 세상에서 내가 가진 재산의 전부였다. 내가 그 돈에 대해 그 딸에게 물었다. 그녀는 발끈 화를 내며 그 돈 가지고 어떻게 안할 테니 걱정 말라고 말해 주었다.

훌륭하고 가난했던 유모가 자신의 딸에게 나의 돈에 대해 언급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녀는 그 돈을 어느 곳에 두었는데, 나의 것이며 내가 요청하면 나에게 주라고 전했던 것이었다. 나는 불행하게도 그때에는 그녀로부터 떨어져 있었다. 내가 돌아왔을 때에, 그녀는 이미 말하기 어려운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 딸은 돈에 대해 나에게 매우 사납게 말하기는 했지만 정직하게 그 돈을 나에게 돌려주었다.

나는 참으로 가난한 귀부인이 된 것이었다. 나는 한밤에 갈 곳 없이 거리로 나온 신세가 되었다. 그 딸은 유모가 남긴 모든 물건들을 가지고 갈 수 있었지만, 나는 빵조각 하나 제대로 사 먹을 수 있는 물건이나 돈도 없었다. 나를 동정하는 이웃 사람들이 내가 머물렀던 집의 귀부인에게 말을 한 모양이었다. 그 부인은 하녀를 보내 나를 데려오라고 했다. 나는 반갑게 가방을 들고 그녀를 따라갔다. 나는 더이상 귀부인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하녀가 되기 바랬다. 그들이 원하는 하녀가.

2

그러나 인자한 나의 새로운 주인은 나에 대한 보다 나은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인심이 참으로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재산상으로 돌아가신 유모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정직이라는 점에 대해 새삼스럽게 언급하지 않는다. 비록 그 부인이 매우 공정하기도 했지만, 가난한 너는 될 수 있는 대로 항상 정직했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부인의 남편은, 내가 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당시에 시장이었다. 그녀는 내가 다른 곳으로 보내어지자 마자 그녀의 딸을 보내 나를 보살피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나를 어렸을 적부터 알고 있는 어느 가정의 사람들이 나를 데리고 갔던 것이었다. 나에게는 괴로운 일이었다. 그녀의 한 친구가 나를 데리고 가자 그 시장 부인은 매우 화를 내었다. 나는 당연히 그녀의 것이 되었다. 그녀는 나를 처음부터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집에서는 나를 놓아주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나는 그곳이 전에 있던 것보다 좋게 여겨지지 않았다.

나는 그 집에 17살이 넘을 때까지 있었다. 나는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집에서는 가정교사들을 두어 딸들에게 댄스, 불어, 그리고 음악을 가르치게 했다. 나는 그들 곁에 있는 관계로 그들만큼 배울 수 있었다. 가정교사들이 나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들이 지시하는 것들을 흉내내고 연구하면서 배울 수 있었다. 나는 그 딸들에 조금도 뒤지지 않고 불어를 말하고 춤을 출 수 있었으며, 목소리가 좋았기 때문에 노래는 오히려 그들보다 더 잘 불렀다. 그러나 나는 하피시코드(16-18세기의 건반 악기의 일종으로서 피아노의 전신)나 스피네트(16-18세기의 소형 하피시코드)는 잘 연주할 수 없었다. 나에게는 연습할 악기도 없었고 그 딸들이 연습하지 않을 때를 노려 가끔씩 그 악기에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럭저럭 배울 수 있었다. 그 두 딸에게는 각각 한대씩의 두 악기가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컨트리 댄스(남녀가 마주 보면서 추는 영국의 춤)는 제대로 배울 수 없었다. 그들은 나로 하여금 짝수를 세어 그들의 춤을 돕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진심으로 나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기를 원했다.

이렇게 해서 그들과 함께 지내게 됨에 따라, 나는 마치 귀부인이나 된 것처럼 가능한 한 많은 교육을 받는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나의 상관이었던 그들보다 내가 더 나은 점도 있었다. 그 점은 타고난 것으로서 재산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중의 첫 번째로 나의 미모는 그들보다 뛰어났다. 두 번째로 나의 체형도 좋았다. 세 번째로 노래를 잘 불렀는데, 목소리가 특히 좋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나의 독자적인 생각보다는 가족들의 의견을 말하려고 했다.

나는 내가 인물이 뛰어나다는, 다시 말하면 여름답게 여겨진다는 점에 뿌듯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누구 못지않게 남들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기를 좋아했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나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말하기 어렵지 않은 내 인생의 한 부분을 피력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인생을 보면, 나는 매우 훌륭한 가정 - 덕이 있고 점잖으며 그리고 부자로 널리 알려진- 에서 살았다는 평판뿐만 아니라, 매우 차분하며 겸손하고 정결한 여인이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언제나 그런 여인이었다. 사악하고 천박한 것에 대한 유혹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도 알지도 못했다.

그러나 내가 지나치게 자만했다는 것은 바로 파멸이었거나, 파멸의 원인이었다. 내가 거주하던 집 여인에게는 특이한 삶과 형태를 가진 젊은 신사인 두 아들을 두고 있었다. 그들과 친하게 된 것이 나에게는 불행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대할 때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행동했다. 그 중에 나이가 많은 사람은 게이(동성연애자)로서 시골뿐만 아니라 도시까지 지리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심술궂은 짓을 할 정도로 경솔한 사람이었지만, 쾌락을 위해서 지나치게 많이 지불하는 것을 꺼려하기도 했다. 그는 틈만 있으면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상냥한지, 그리고 얼마나 몸가짐을 잘하는지에 대해 눈여겨봄으로써 여자들을 유혹하는 불결한 덫을 놓기 시작했다. 그는 마치 메추라기를 잡기 위해 덫을 놓기라도 하듯 한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 치밀한 작전을 세웠다. 그것은 자신의 누이들에게 말하는 것인데, 그것도 내가 바로 그들과 함께 있지는 않지만 멀리 있는 것도 아니라서 충분히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인 것이다. 그러면 누이들은 부드럽게 그들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쉿! 그 애가 듣고 있어. 바로 옆방에 있단 말이야."

그러면 그는 말을 중단했다가,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듯이 다시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하려 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 마치 자신을 잊은 듯이 큰 소리로 말을 했다. 그런 말을 듣기 좋아했던 나는 기회가 닿는대로 그의 말을 듣기로 했다.

그는 덧에 먹이를 놓아 내가 다니는 길에 쉽게 발견되도록 놓은 후, 오픈 게임을 시작했다. 그 두 아들이 내가 있을 때에 기분좋은 표정으로 누이방으로 들어왔다. 그중 동생이

"안녕하세요. 베티부인? 얼굴 빨개지지 마세요, 베티부인."

하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굽혀 인사를 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들을 하고 있었던 거야?"

그의 누이가 물었다.

"30분 동안 베티의 방에 대해 얘기들을 했어."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악의가 없다는 것은 알아."

그녀가 말을 받았다.

"아니야. 베티에게는 악의가 없었어. 우리는 그녀를 많이 칭찬해왔어. 특히 베티는 콜세트터에서는 가장 미인이야. 사람들은 도시에서 베티의 건강을 위해 건배까지 하는 걸."

"얘야! 나는 너에게 놀라고 있을 뿐이란다."

그녀가 말했다.

"베티가 원하는 것은 단 한가지,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재산을 가지는 것이야. 시장에서 여성들은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어. 젊은 여자가 아무리 아름답고, 좋은 혈통, 교육, 재치, 센스, 예의, 겸손 등을 모두 잘 갖추었다 하더라도,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냐. 여자는 가진 것으로 말하는 거야. 바로 돈이 여자를 만드는 거지, 남자들이 바로 그들의 손아귀에서 그런 유희를 즐기고 있는 것이지."

곁에 있는 그녀의 남동생이 눈물을 흘렸다.

"그만해, 누나. 너무 비악하지는 말아. 나는 누나가 생각하는 그런 남자가 아니야. 만일 누나가 생각하는 여성, 즉 모든 것을 가진 여성을 만나면 나는 돈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그러나 너는 돈없이 몽상을 택하는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의 누나가 말했다.

"그러나, 누나도 모르고 있는 거야."

동생이 대꾸했다.

"넌 어쩌자구 배금 사상을 가지고 있니?"

그녀의 오빠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너는 재산이나 탐하는 그런 아이가 아니잖아. 다른 것을 추구하지."

"오빠 말을 이해해."

여동생이 부드럽게 대답했다.

"오빠는 내가 돈도 있고 미모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돈이 먼저야. 그래야만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지."

"그래. 돈이 있으면 사람들이 몰려들지도 모르지. 그러나 돈이 있어도 미모가 없으면 남편이 바람을 피워. 하녀가 마나님보다 더 미인일 경우에는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밀어내 듯한 일이 벌어지지. 종종 말이야."

나는 그 방에서 그때쯤 해서 나오기로 했다. 그러나 방에서 나왔지만 문 곁에서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나를 좋게 얘기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의 자긍심이 고취되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해서 이 가족에 대해 나의 관심이 높아지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녀와 동생은 바로 그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나의 문제로 그녀에게 거칠게 대들었다. 나는 그녀가 그 후 나와의 관계로 인해 그들에게 화를 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그녀의 행동은 공정치 못한 것이었다. 나는 그녀가 자신의 남동생을 의심하고 있는 점을 추호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서 조금 떨어져 있던 그녀의 오빠가 우스개 소리로 여러 가지 말을 했다. 내가 남의 말을 믿는 아둔함이 있다는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또 내가 가질 수밖에 없는 희망으로 부풀어 있다는 점을 그는 생각하지 못했었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그가 2층으로 올라왔다. 그가 접근한 방은 그의 누이들이 앉아서 무언가를 하던 곳이었다. 그가 그 방을 찾아오는 것은 보통 있는 일이었다. 그는 들어오기 전 누이들을 불렀다. 그렇게 하는 것도 그가 방에 들어오기 전에 하던 습관이었다. 그 방에 혼자 있던 나는 문 쪽으로 발을 옮겼다.

"도련님! 아가씨들은 방에 계시지 않아요. 정원으로 내려가셨습니다."

내가 그에게 말을 했다.

내가 이 말을 하기 위해 문 쪽으로 다가가자 그는 마치 기다리던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나의 팔을 붙들었다.

"베티 부인! 여기 계셨군요. 오히려 잘되었습니다. 누이들보다는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싶군요."

그는 이 말을 하고 나의 몸을 끌어안고 나에게 서너번 키스를 퍼부었다.

나는 그에게서 떨어지려고 안간 힘을 다하였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는 나의 몸을 죄어 오면서 질식하기 직전까지 키스를 해 왔다. 키스를 끝낸 그는 의자에 앉았다.

"베티, 당신을 사랑하오!"

그의 말은 나의 피에 불을 당겼다는 것을 나는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심장이 터지는 것 같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는 그 말을 여러 번 되풀이했다. 그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심장은 그의 말을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가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할 때마다 나의 빨개진 볼은 '그러시군요. 도련님'하고 대답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순간에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놀라움 뿐이었다. 그러나 나는 다시 이성을 되찾았다. 그는 나하고 오랫동안 같이 있었다. 그러나 창문을 통해 누이들이 올라오는 것을 본 그는 나에게 작별의 키스를 하고서는 자신의 고백이 진지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나는 그가 다시 똑같은 말을 빠르게 되풀이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매우 기뻐하고 있었다. 그 순간에 불행이 끼어들지 않았더라면 나의 인생은 달라졌을 것이다. 말하자면 베티부인은 순수했으나 그는 그렇지 않았다.

이 순간부터 나의 머리에는 기묘한 생각들이 떠오르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내가 그런 매혹적인 신사로 하여금 나를 사랑한다고 고백하게 하다니. 내가 혼자서 견디지 힘든 사건이었다. 나의 자긍심은 더이상 갈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올라갔다. 나의 머리에는 긍지로 가득 차서 그 때에 끼여든 위험에 대해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나는 정절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 않고 있었다. 나는 그저 그 젊은 도련님으로 하여금 첫눈에 나에게 프로포즈를 하게 하였다는 생각뿐이었다. 그가 나에게 필요한 자유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유리한 위치를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 점에 그때에는 나에게 행운이었다.

그가 나를 다시 같은 자세로 포옹하게 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는 이번 기회를 노렸던 것이었다. 누이들은 어머니와 함께 누구에게 방문을 갔고, 그의 형은 시골로 갔으며, 그의 아버지는 일주일째 런던에 체류 중이었다. 따라서 나는 그가 집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정도였으나 그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기세 좋게 2층으로 올라왔다. 내가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던 그는 내가 있던 방으로 바로 들어와 전에 하던 대로 나의 팔을 붙들고 15분 동안 키스를 했다.

그의 누이동생의 방에서였다. 집에는 아래층에 있던 하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버릇이 없어 보였다. 그는 나를 진심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그는 나를 대하는 것이 수월함을 발견하게 된 것 같았다. 그가 나의 팔을 붙들고 키스를 할 때에 나는 전혀 반항을 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그러한 그의 행동이 좋아 그에게 반항할 수 없었다.

키스가 피곤하면 우리는 앉아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나에게 반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 전까지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내가 그를 사랑한다면 그는 행복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나는 그의 삶 그리고 다른 좋은 점을 구제해 주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에게 거의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어리석으며 그가 생각하는 만큼의 지각을 가진 여자는 아니었다.

그는 나의 손을 잡고 방안을 거닐었다. 나는 그와 나란히 걸었다. 그가 나를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는 정열적으로 키스를 퍼부었다. 무례할 정도로 사납게 오랫동안 키스를 해 왔다. 한참 후에 그는 누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나의 몸을 잡아 일으키더니 나를 무척이나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의 말일 거짓이 아닌 순수한 감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의 주머니에 금화 5기니를 넣어 주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나는 그와 사랑을 나누던 것보다도 그 금화에 더 당황했다. 기분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아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만일 다른 사람들이 이런 일을 겪는다면, 그들은 자신의 아름다움에 수반될지도 모르는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특별한 인간이었다. 만약, 어떤 젊은 여자가 자신의 미모가 뛰어나다고 한번쯤 생각해 보았더라면, 어떤 남자가 자신에게 고백하는 사랑이 진실이라는 점을 의심치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만일 그녀가 자신이 그 남자를 포로로 만들기에 충분할 정도로 매력적이라고 믿는다면, 그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신사는 그가 나에게 허영심을 충족시키는 대상인 것처럼 나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는 마치 기회는 있었지만 그것을 취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것처럼, 30여분만에 다시 올라와 전에 했던 것처럼 다시 나에게 접근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전처럼 서론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는 방에 들어오더니 우선 몸을 돌려 문을 닫았다.

"베티 부인, 조금 전에는 누가 이리로 올라오는 것으로 착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누가 내가 당신과 이방에 같이 있다는 것을 본다 하더라도, 우리가 키스하는 장면을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나는 그에게 누가 이층으로 오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해 주었다. 왜냐하면 그때에는 요리사와 하녀들 외에는 집에 아무도 없었고, 또 그들은 이층으로 올라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요. 나의 사랑. 그래도 확실한 것이 좋지요."

그는 앉아서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도 그의 방문에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는 마치 내 입속에 말을 억지로 집어넣기라도 하듯이 그가 나를 얼마나 진정으로 사랑하는 지를 말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집으로 오고 나서야 비로소 나와 자신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것을 결심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가엷은 나같은 인간이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나에게 결혼을 신청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은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설사 그의 진심을 말한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그의 제의를 거부할 여유와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것을 자세히 알게 된 것은 아직 아니었다.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숨이 넘어갈 듯이 격한 키스를 나누면서 다시 침대 위로 스러졌다. 그는 품위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가 전에 나에게 했던 것 보다 더 지나친 그러나 내가 거부할 수 없는 행동을 해 왔다.

그러나 나의 자유를 몽땅 짓누르고 있었지만 최후의 단계라고 부를 수 있는 선은 침범하지 않았다. 그는 이후부터는 다른 일로 나에 대한 모든 그의 권한을 포기한다고 말해 주었다. 격정의 시간이 지나고 그는 잠시 그곳에 머물렀다. 그는 나의 손에 금화를 한웅큼 가득 쥐어 주더니 나에 대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뜨거운 열정과 이 세상 누구보다도 나를 사랑한다는 표현을 남기고서 그 자리를 떠났다.

아아, 슬프다! 그때부터 내가 심사숙고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을 텐데, 나는 사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나는 엄청난 허영과 자만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정조에 대한 관념이 끼여들 여지가 없었던 것이었다. 사실은 나는 젊은 주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자신을 던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감언이설과 금화를 제외한 어떠한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당신이 지금 듣고 있는 것처럼, 그가 정식으로 나에게 프로포즈를 하기 전에 그가 과연 나와 결혼할 의사가 있는 것인지, 나의 미래에 결정적인 향을 그가 마치게 되리라는 것을, 나를 지키기 위한 어떠한 조건을 생각한다는 것도 그때에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사항들이었다.

나는 조그만치의 고려도 없이 나 자신을 파괴로 모든 것으로 나를 포기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는 나는 허영심이 정조에 우선한다는 것을 모든 여성들에게 보인 선례가 된 것이었다. 나는 어느 면에서도 전례가 없을 만큼 어리석었던 것이었다. 내가 만일 숙녀답게 그리고 정조관념을 중시한다는 식으로 행동하였더라면, 그는 그의 불순한 의도를 중단하거나, 그의 계획의 결과를 기대하지 않거나, 혹은 정식으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결혼 프로포즈를 해 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경우에도 사람들이 그를 비난할지언정, 나를 비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요컨대, 만일 그가 나를 알았더라면 그리고 그가 목표로 하는 그 하찮은 것이 달성되기에 얼마나 쉬운 것이라는 점을 알았더라면, 그는 자신의 머리에서 궁리를 짜내기에 골몰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는 단지 나에게 금화 네다섯 잎을 쥐어 주고는 다음에 올 때는 나와 자리에 누으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반면에 내가 그의 진심을 알았더라면 그리고 그로 하여금 나를 차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심어 줄 수 있었더라면, 방향을 나의 뜻대로 이끌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에 당장에 결혼을 할 수 없었다 하더라도, 그 관계를 결혼까지 끌어 내가 원하는 길로 들어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기대 이상의 부자였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나는 단지 내가 얼마나 아름답나 하는 자만심과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점만을 머리 속에 두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금화를 보며 몇 시간이고 보냈다. 나는 그것들과 수천번 대화를 나누었다. 내 앞에는 무엇이 전개되고 있으며 나의 파멸이 바로 코앞에 다가와 있다는 것도 모른 채, 허영에 찬 불쌍한 나란 인간은 그러한 명상에 휩싸여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어쩌면 그 파멸을 피할 궁리를 하기보다는 차라리 파멸을 원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내가 그와 조금이라도 어떤 관계가 있다고 다른 사람들이 전혀 상상치 못하도록 행동하는 영악한 면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그를 보지도 않았고, 그가 먼저 말을 걸기 전에는 그에게 말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두 마디의 말을 나누거나 키스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있게 마주칠 수 있는 순간들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불륜을 위한 좋은 기회를 좀처럼 맞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전보다 더 넌지시 둘러대는 계기가 많아지는 것으로 봐서 그가 의도하는 것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었는데, 그렇게 된 것은 그가 스스로 자초한 것이었다.

그러나 악마가 지칠 줄 모르는 유혹자인 것처럼, 그는 자신이 초청하는 악의 기회를 포착하는 데에 실패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나는 그의 두 누이와 그리고 그와 함께 정원에 있었다. 그는 나의 손에 쪽지를 전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던 것이었다. 그는 다음날 나를 공식적으로 자신을 위해 심부름을 내보낼 것이며, 어딘가에서 만나자고 전하고 있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그는 누이들이 옆에 있는 가운데 매우 정중하게 나에게 말을 해 왔다.

"베티 부인, 당신에게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그게 뭔데?"

그의 두 번째 누이가 물었다.

"별것 아니야."

그는 정중하게 대답하면서

"오늘 베티부인이 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면, 다음이라도 좋아."

하고 말을 했다. 그들은 그렇게 하라고 허락했다. 그들은 내가 밤에 나갈 수 있도록 허락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부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야. 그 심부름이 무엇인지 베티부인에게 말해야 하지 않냐? 우리가 들어서는 안될 사적인 일이라면 밖으로 불러내 말하렴. 그녀가 저기 있지 않냐?"

첫째 누이가 말을 했다.

"왜? 무슨 소리야? 그녀를 하이 스트리트에 보낼 일이 있을 뿐이야."

그는 칼라를 옷에서 꺼내보이며 말했다.

"가게에서 사야 하거든."

그는 많은 돈을 주고 산 두벌의 고급 목도리에 대해 장황설을 늘어놓았다. 그리고는 그 목도리에 어울리는 칼라를 사러 보내겠다는 것이었다. 만일 장사꾼이 한 실링의 돈을 더 받기 위해 내가 가지고 간 돈을 받지 않는다만 나는 심부름으로 왔다갔다하는 하찮은 일이 다 많아지게 되어 밖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는 것이었다.

그는 나에게 심부름을 지시해 놓고는 가족들에게는 자신이 어디를 가야 한다는 것을 길게 설명하는 그러한 남자였다. 그리고는 누이들에게 동행하자고 매우 진지하게 제의를 해보는 위선을 떨기도 하지만, 누이들은 그날 오후에 찾아올 사람이 있어서 갈 수 없다고 말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그는 목적을 위해서 모든 강구를 하였던 것이었다.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하인이 올라와 문 앞에 어떤 귀족의 마차가 도착해 있다는 식으로 말하면, 그는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가 금방 다시 올라오곤 했다. 그리고는

"젠장! 완전히 기분 잡쳤군! 아무개 경이 나하고 얘기나 하고 싶다며 마차를 보냈군."

하고 큰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 아무개 경이라는 사람은 그곳에서 3마일 가량 떨어진 곳에 사는 신사였는데, 그는 자신의 특별한 목적을 위해 그 신사에게 예전처럼 오후 3시에 마차를 빌려 달라고 말했던 것이었다.

그는 즉시로 가장 좋은 가발, 모자, 칼 등을 대령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하인에게 다른 곳에 있는 다른 식구들에게도 전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 하인마저 떠나면 그는 마차에 혼자 오르는 것이었다. 그는 잠시 가다가 멈추어서 나에게 그가 하고자 하는 것을 매우 진지하게 말하며 본론을 말할 기회를 찾곤 했다.

"나를 따라와! 가능하면 빨리! 나의 사랑!"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을 때처럼 허리를 조금 굽혀 응답을 했다. 그리고 나서 약 15분 후에 나도 외출을 했다. 나는 전처럼 많은 옷을 가지고 있질 못했다. 나에게는 후드, 마스크 부채, 그리고 주머니에 장갑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에 대한 가족들의 의심은 전혀 없었다. 그는 내가 반드시 지나갈 것이라고 믿는 뒷길에서 나를 기다렸다. 마부는 우리가 향하는 목적지를 알고 있었다. 마일 앤드라는 그곳에는 그의 믿을 만한 친구가 살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우리가 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 모든 편리한 것들이 보장되어 있었다.

우리 둘만이 남으면 그는 나에게 매우 정중하게 말했다. 나를 배신하기 위해 그곳에 데려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의 뜨거운 열정은 나를 농락하는 데에 어떠한 장애도 개입되지 않게 하였다. 그는 자신의 몫을 차지하면 나와 결혼하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나는 그의 제의를 받아들인다면 그가 나를 영화롭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쉬지 않고 나에 대한 그의 진실성과 애정을 피력했다. 나를 절대로 버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필요 이상으로 서론적인 말을 되풀이한 것이었다.

그러나 장광설 같은 그의 말이 끝나고 내가 말할 입장이 되었을 때에, 나는 나에 대한 그의 사랑의 진실성에 의심치 않는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마치 그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거나 하는 것처럼 말을 중단했을 때, 그는

"무슨 일이지? 나의 여인이여!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해 볼까? 아기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내 말이 맞지? 왜 그렇게 생각하지?"

하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렇다면 당신을 돌보겠어, 당신과 아기의 생계를 책임지겠어. 내가 헛소리로 하늘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거야."

하고 부인했다.

"여기에 나의 진심을 전하는 물건이 있어."

그는 금화 1백 기니를 싼 실크 지갑을 꺼내 나에게 주었다.

"당신과 결혼하기 전까지 해마다 이만한 금전을 주겠어."

나의 얼굴은 환해지고 나의 시선은 그 지갑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그의 말에 열정은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그 지갑을 내가슴에 찔러 넣어 주었다. 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하고자 하는 대로 나의 몸을 그에게 맡겨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나의 과거는 파괴되었다. 그날 이후 정조와 정숙함은 나에게서 멀어져 갔다. 하느님의 축복 그리고 인간들의 도움을 청할 만한 가치가 나에게는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도시로 돌아가 그가 지시한 일을 하고 남들이 심부름을 너무 오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러나 그 신사는 밤이 될 때까지 그곳에서 머물렀다. 나에 대해서 그리고 그에 대해서 가족중 의심하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그후로 우리는 그 죄를 범할 기회를 자주 가지게 되었다. 특별히 그의 어머니의 누이들이 해외 나들이를 갈 때는 집에서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는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식구들이 언제 외출할 것인가를 잘 알고 있던 그는 내가 혼자 있는 순간을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반년 동안 그 부정의 쾌락을 즐겼던 것이었다. 나의 즐거움은 최고조에 달했지만 나에게는 아직 아기가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 반년간의 쾌락의 기간이 채 끝나기 전에, 내가 이 책의 전반부에서 언급한 바 있었던 그의 동생이 어느 날 저녁 내가 정원에 혼자 있는 것을 보고는 나에게 다가와 자기의 형이 했던 똑같은 친절의 말을 나에게 걸어왔다. 그리고는 진정으로 나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매우 진지하고 공손하게 결혼하자고 프로포즈를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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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란스러움이 몰려드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극단적인 어떤 감정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의 제의를 완곡하게 거절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할 핑계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에게 우리 두 사람의 결합은 신분상의 큰 차이로 해서 있을 수 없으며, 내가 어려운 시절에 나를 그 가정에 데리고 왔던 그의 부모님에게 배은망덕한 행위일 것이라고 핑계를 댔다. 다시 말하면, 나는 진실외에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말을 둘러대어 그의 의도를 단념하도록 설득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성공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거짓말은 생각하기에도 끔직한 말이었다.

그러나 전혀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던 것이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나는 다시 자리를 옮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평범하고 정직했던 그 젊은이는 그의 형과는 달리 집안에서 비밀스럽게 나에게 친절을 베푸는 조심성을 가지고 있질 못했다. 비록 그가 나에게 말하는 것을 가족들이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의 누이들이나 어머니조차 눈치를 채게 했던 것이었다. 나는 나에 대한 그들의 태도가 종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폭풍우까지는 아니라 해도 검은 구름이 끼어 있는 것을 감지했다. 그들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은 매일 매일 악화되었다. 그리고는 결국에는 다른 곳으로 몸을 옮겨야 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나의 생계가 보장된다는 것에 크게 만족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매일 아이와 같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담당하게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얼마후 그 청년은 나에게 말을 건넬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는 나에게 베풀었던 그 친절로 인해 집안에 저기류가 끼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원인으로 나를 지목하지 않았다. 그는 결과가 어떻게 드러날 것인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말이 그러한 사태를 초래하게 했다고 말해 주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비밀스럽게 행동하지 못해 나에 대한 품위를 지키지 못하였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렇게 된 이유로, 내가 만일 그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이면 그가 나를 사랑하며 그리고 결혼하겠다는 것을 가족들에게 공개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해 주었다. 그의 말에 그의 부모들은 분노했고 냉혹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나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질 않았다. 그가 나와 사귀는 것을 창피하게 여기지 않는 것처럼, 내가 그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는 믿고 있었다. 그는 나를 소유한다는 그 두려움에 조소를 보내고 있었다.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나의 확약을 전하는 것뿐이었고, 그러면 그는 나머지를 알아서 했다.

나는 정말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의 형과 쉽게 놀아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양심의 가책이라기 보다는 이러한 사태에 생소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어느 경우에도 형에게는 창녀요, 그 동생에게는 부인이라는 그 사태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첫째 형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면 나를 부인으로 맞이하겠다고 말하기는 했었으나, 나를 정복하여 정부로 삼은 후에는 똑 같은 말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러한 생각이 수시로 떠올랐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심기가 흐트러진 것은 아니었다. 그의 나에 대한 애정이 준 것도, 그의 나에 대한 지원 줄어든 것이 아니었다. 그는 나로 하여금 옷 구입에 단 한푼도 쓰지 않도록, 그리고 내 모습이 초라하지 않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나란 존재를 평범치 않은 장소에도 참석할 수 있는 매너의 소지자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질투심을 유발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인 친분 관계는 그들에 의해 의심을 받게 된 것이었다.

나는 이제 궁지에 몰린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지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큰 고민은 그 동생이라는 사람이 나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이었다. 그는 누이들의 방이나 어머니의 방에 들어가 그들 앞에서 나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말을 하는 것이었다. 집안 전체가 대화의 소재로 삼을 정도였다. 그의 어머니는 그를 나무랐다. 그들이 나에 대한 태도도 확연히 달라졌다. 그의 어머니는 나를 가족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말을 일부러 흘렸다. 다시 말하면 집에서 쫓아내겠다는 말과 같은 뜻이었다. 이제는 동생이 나에게 프로포즈를 했다는 사실이 그의 형에게 비밀로만 남아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사태가 악화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내 스스로 그의 형에게 말하기로 했다. 어쩌면 그로 하여금 나에게 말을 하도록 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먼저 말을 할 것인가 아니면 그가 먼저 말을 하도록 기다릴 것인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매우 심각하게 생각을 하고 나서, 내가 먼저 그것에 대해 말을 하기로 결심을 했다. 그날이 오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그 동생은 다음날 런던에 업무차 가기로 했다. 가족들은 외출을 나가고 없었다. 그 형은 종전처럼 나하고 한두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는 자리에 앉아 나의 안색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나는 종전과는 달리 그와 같이 있는 것이 자유롭거나 유쾌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울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매우 친절한 말로 무슨 일인지 그리고 나의 고민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 보았다. 나는 쉽게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사실을 숨길 수도 없었다. 내가 가능한 한 많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재촉을 받은 끝에, 나는 고민하는 일이 있으며, 그 고민은 그에게 숨길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나 난 그 고민을 어떠한 방식으로도 표현할 수는 없었다. 나를 놀라게도 하고 당황하게도 한 사건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나에게 제시하지 않는다면 내 스스로 방향을 정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했다. 그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사태가 흘러가는 대로 그냥 내버려두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그 문제로 고민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나를 이 세상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몸에서 떨어지면서 말을 했다. 집안 여자들이 나와 그와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두렵다고 말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들의 나에 대한 태도가 급격히 변하고 있는 판에, 그들은 잘못이 나에게 있다고 비난할 것이고, 내가 그들과 같이 있는 기회도 없어졌지만 그렇게 되면 아주 관계가 단절되고 말 것이다. 나는 그의 첫째 누나와 같이 잠을 잤었으나 지금은 하녀들의 방에서 잠을 자고 있다. 나는 그들이 나에 대해 좋지 않게 말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 하녀 한 명이 나에게 내가 쫓겨날 것이라는 것을 들었다고 전해 주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분명해진 것이다. 그 점은 더이상 나의 보금자리가 아니었다. 나는 그 집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그는 나의 말을 다 듣고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에게 내가 하지 않은 일로 너에게처럼 그에게 상처를 줄지도 모를 일을 알고서도 그가 어떻게 마음이 편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나는 그에게 여자들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고 따지고 들었다. 그들의 자비나 기다리는 여자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고 대들었다. 그들의 변덕에 맡기고 그들이 하찮게 생각해 주기를 기대하는 그들이 가치를 찾지 못해 파괴해 버리는 것을 단순히 제기나 하는 무능력한 인간이라고 비난해 주었다.

그는 따뜻하고도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태도를 바꾸어 말을 해 왔다. 자신을 그런 사람으로 내가 생각하는 것이 섭섭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할 만한 행동을 자신이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나의 입장을 지켜주려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의 관계는 집안 식구중에 단 한사람도 알지 못하도록 신중하게 유지되어 왔다는 것을 힘주어 말했다. 내가 말을 했을 때 그가 미소를 지었다는 것은 사태가 다른 측에서 상상하고 있는 것처럼 진행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아니하며, 그가 편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하는 것으로 확신시켜 주는 것이었다. 나도 그를 따라 미소를 지었다. 그가 나를 충분히 만족시켜 줄 것이 확실한 것이었다.

"참으로 알 수 없군요. 집에서 쫓겨나게 되었는데도 어떻게 기쁠 수가 있는지. 만일 우리의 관계가 들통나지 않는다면, 나에 대한 식구들의 태도를 바꿀 만한 또 다른 어떤 행동을 내가 저질렀는지를 알 수 없을 거예요. 어른들은 마치 당신들의 친 자식이나 된 듯이 나를 대해 주셨어요."

"식구들이 당신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야.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있어. 당신과 나를 존중하고 있는 거지. 그런 점에서는 나의 동생 로빈에 대해 의심하고 있는 것과는 판이하지. 부모님들은 로빈이 당신과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확신하고 계시지. 그 바보는 화를 자초한거야. 그는 부모님들을 놀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멋대로 기분대로 행동하거든. 그녀석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지. 부모님들에게 괴로움을 안겨주어 결국에는 당신에 대한 태도를 악화시키게 만든 것이지. 그런데도 내가 전혀 의심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안심이야. 그래서 당신도 안심이 될 것이고."

"저에게는 그렇지 않아요. 나에게는 안심을 주지 못하죠. 그리고 내가 걱정을 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나를 어렵게 만드는 주원인은 아니지요."

"그렇다면 뭐가 문제가 되지?"

나는 단지 눈물만을 흘릴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나를 진정시키려 했다. 그러면서도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말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그에게 말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가 그 이유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어떠한 조치를 취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의 지시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나는 모든 일들을 그에게 말했다. 나는 그의 동생이 얼마나 뻔뻔스럽게 나와의 관계를 공개하고 다녔는지를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그가 그 사실을 공개하지만 않았더라면, 나는 절대적으로 그의 제의를 거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의 유혹은 끝났을 것이라고 그러나 그는 내가 감히 그를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만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그래서 그의 계획을 가족들에게 떠벌릴 수 있었던 것이라고.

나는 그에게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그의 제의를 거부했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그의 제의가 얼마나 진실하고 정중했는지도 부인해 주었다.

"나의 경우에는 고통이 두배나 될 거예요. 동생분이 나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함에 따라 가족들의 나에 대한 태도는 부정적으로 바뀌어 왔어요. 내가 그의 제의를 거부했다는 것을 안다면 나에게 더 나쁜 감정을 표출하실 거예요. 식구들은 무언가의 음모가 숨겨져 있으며 어쩌면 제가 이미 결혼한 경험에 있는 여자라고까지 말들을 할 거예요. 아니 어쩌면 저보다 신분이 위인 사람과의 결혼을 제가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들을 할 수 있을 거예요."

나의 말은 그를 경악시켰다. 그는 내가 매우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로서도 그 해결책이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것도 부인했다.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음에 만날 때에는 그 해결책을 이야기해 보자고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그의 동생의 제의에 동의하지도 그렇다면 거부하지도 말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렇게 하면 그를 잠시 안전부절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그의 말의 골자가 그의 동생의 말에 동의하지 말라는 것으로만 들렸다. 나는 그에게 동생도 내가 결혼하자는 그의 제의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그리고 나의 마음은 그에게만 향하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는 나에게 내가 그에게는 부인이었다고 말했다. 나는 우리 둘 사이에 이미 결혼식을 올리기라도 한 것처럼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나를 부인이라고 부른 것은 바로 그였기에, 내가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오직 그의 말에 의해서였다.

"자, 이제부터는 걱정하지마. 내가 지금 당신의 남편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신에게는 남편과 다름없는 사람이 될 것이니까. 그러니까 그런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없어. 내가 이 문제에 대해 더 생각해 보지. 다음에 다시 만나면 이 문제로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있을 거야."

그는 성의를 다해 나를 진정시켰다. 그는 매우 친절하면서도 사리가 깊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나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나는 그를 더 신뢰하게 되었다. 그리고 돈도 주었다. 그러나 그때 내가 그와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두시간을 넘을 수 없었다. 나는 종전의 만남을 생각하며 그리고 우리가 가졌었던 그 기회들을 생각하며 바로 그 점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다.